오만원 화페
우리나라 최고액권 화폐인 5만원권 지폐가 23일 유통
현재 최고액권인 1만원권은 1973년에 탄생했다. 이후 23년 동안 경제가 크게 성장하면서 최고액권이 경제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한국은행은 2007년 5월 초고액권 발행 계획을 공식화했다.
2007년 5만원권의 모델로 신사임당이 선정됐다. 당시 장영실, 유관순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신사임당은 5000권 초상 인물인 율곡(栗谷) 이이와 모자라는 점, 표준영정을 그린 고 김은호의 친일시비, 현모양처형 전통적 여성상이라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 등으로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한은은 사임당이 여성 차별과 한계를 극복한 진취적 여성상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울러 시, 글씨, 그림 등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점, 헌신적 내조, 아들 율곡의 재능을 살린 교육적 성취 등을 인정해 결국 5만원권 초상 인물로 최종 낙점했다.
한편, 김구를 최종 인물로 선정하고 5만원권과 함께 추진되던 10만원권은 지난해 9월 작업 중단과 동시에 무기한 연기됐다. 당시 정부는 10만원권에 들어갈 대동여지도에 논란이 있고 신용카드 등 전자화폐가 활성화한 상황에서 굳이 고액권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 등을 들어 10만원권 발행에 부정적인 견해를밝혔다.
화폐도안용 측면화 영정은 표준영정을 바탕으로 신사임당 생존 당시의 두발과 복식 등을 전문가 자문을 거쳐 화가 이종상(71)씨가 신규 제작했다.
앞면 보조소재는 신사임당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묵포도도'와 '초충도수병' 중 가지 그림을 사용했다. 바탕그림으로는 왼쪽에 난초무늬와 기하학무늬, 오른쪽에 고구려 고분벽화 무늬를 사용했다. 뒷면 보조소재는 '월매도'와 '풍죽도', 바탕그림은 바람무늬를 썼다.
5만원권의 크기는 가로 154㎜, 세로 68㎜로 새 1만원권보다 가로는 6㎜ 크고 세로는 동일하다. 시각장애인의 액면 식별을 지원하기 위해 앞면 오른쪽과 왼쪽 가장자리에 가로로 볼록인쇄해 다섯줄무늬를 손으로 만지면 오톨도톨한 감촉을 느낄 수 있다.
5만원권은 5000원권과 색이 유사해 사용할 때 헷갈릴 수도 있어 유의해야 한다. 황색 바탕인 5만원권은 적황색인 기존 5000원권과 색깔이 비슷하다. 이에 대해 이내황(54) 한은 발권국장은 "5만원권의 주도색은 노란색이고 5000원권은 적색"이라며 "색깔 이외에도 은행권 크기, 인물에 여성 사용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위조방지 장치는 일반인을 위한 것과 전문 취급자를 위한 것으로 구분된다. 일반인을 위한 위조방지 장치는 띠형 홀로그램과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 가로확대형 기번호를 새로 적용했다. 띠형 홀로그램은 앞면 왼쪽 끝 부분에 부착된 특수필름 띠로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태극, 우리나라 지도, 4괘의 3가지 무늬가 띠의 상·중·하 3곳에 있다. 그 사이에 액면 숫자 '50000'이 보인다.
입체형 부분노출 은선은 청회색 특수 필름 띠에 4방 연속으로 새겨진 여러 개의 태극무늬가 지폐를 상하로 움직이면 좌우로, 좌우로 움직이면 상하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선이다. 한은은 "미국 100달러 지폐에도 사용될 예정인 최첨단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번호 10자리의 문자와 숫자의 크기가 오른쪽으로 갈수록 커지는 가로확대형 기번호를 사용했다.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수표의 발행, 지급, 정보교환, 전산처리 등에 은행들이 쓰는 돈은 연간 28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0만원권 수표는 전체 수표 사용량의 90% 정도로 한은은 이를 5만원권이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만원권을 여러장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도 해소할 수 있다. 한은은 1만원권의 40% 정도가 5만원권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 이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